[미국] ‘성적으로 노골적인’ 도서는 무엇인가? 앨라배마(Alabama)의 새로운 규정이 도서관에 적용

앨라배마(Alabama) 주 도서관 이사회 의장이 5월 12일 보낸 서한에 따르면, 도서관 관장들은 “성적으로 노골적인(sexually explicit)” 콘텐츠를 아동 및 청소년 자료 구역에서 성인 자료 구역으로 “즉시” 옮겨야 한다.

앨라배마 공공도서관 서비스 위원회는 5월 8일,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에 대한 정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서들은 이 새로운 정의로 인해, 나체(nudity)를 포함한 일부 일반적인 아동 및 청소년 도서를 옮기지 않을 경우 주정부 지원금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책에 따르면, “성적으로 노골적인(sexually explicit)” 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실제 또는 모의 성교(actual or simulated sexual intercourse), 즉 성기 간, 구강-성기, 항문-성기, 또는 구강-항문 간의 성행위로,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포함된다. 또한 성적 흥분(sexual excitement), 나체(nudity), 수간(bestiality), 자위행위(masturbation), 가학적 또는 피학적 학대(sadistic or masochistic abuse), 항문, 성기 또는 음모 부위의 음탕한 노출(lascivious exhibition) 역시 포함된다.”

이 정의는 성인 서적을 위한 자료에서의 성적 행위를 규정한 앨라배마주 법전 제13A조(Alabama Code, Section 13A)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다.

이사회 위원 에이미 민턴(Amy Minton)은 이 정의를 2024년 3월 AL.com에 제공했다.

이 정의는 작가의 젠더 정체성 탐색을 그린 그래픽 노블 『젠더 퀴어(Gender Queer)』와 같은 도서를 포함한다. 이 책에는 세 장면의 성교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하나는 예술 작품 형식으로 묘사된다. 이 책은 원래 성인 자료 구역에 비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앨라배마주의 여러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성인 구역으로 옮기거나 아예 도서관에서 제거했다.

앨라배마 공공도서관 서비스 위원회(Alabama Public Library Service) 위원 에이미 민턴(Amy Minton)은 이사회 의장 존 왈(John Wahl)과 함께 『젠더 퀴어(Gender Queer)』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윌리샤 모리스\[Williesha Morris] 제공)
민턴(Minton)은 이 책이 여전히 개즈던 공공도서관(Gadsden Public Library)의 청소년 구역에 비치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도서의 사본을 이사회에 직접 가져와 보여주었다.

주 전역에서 논란이 된 또 다른 성적 콘텐츠 포함 도서에는 퍼트리샤 매코믹(Patricia McCormick)의 인신매매를 주제로 한 도서 『솔드(Sold)』가 있다. 모바일 공공도서관(Mobile Public Library)의 한 이용자가 2023년에 이 책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이 책은 페어호프 공공도서관(Fairhope Public Library)의 예산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도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페어호프(Fairhope)의 의사인 케일럽 화이트헤드(Caleb Whitehead) 박사는 성폭력 피해 아동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솔드』와 같은 도서가 도전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표했다.

화이트헤드는 이사회 회의에서 “성폭력에 관한 두세 문장을 인생에서 가장 외설적인 내용으로 여길 만큼 우스꽝스럽게 보호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하며,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아홉 명의 여자아이 중 한 명, 스무 명의 남자아이 중 한 명이 성적 학대의 피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서들은 AL.com에, 청소년 또는 청년 구역에 비치된 많은 책들—예를 들어 『엔더의 게임(Ender’s Game)』이나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와 같은 인기 도서들—에도 나체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책에서의 나체는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책의 전체 맥락 속에서 적절하게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핸퍼드(Martin Hanford)가 쓴 『왈도를 찾아라?(Where’s Waldo?)』의 표지. (루스 서번 스미스\[Ruth Serven Smith] 제공)
『왈도를 찾아라?(Where’s Waldo?)』와 같은 아동 도서도 성적으로 노골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해당 시리즈 중 한 권에는 나체 엉덩이(nude butt)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이 쓴 『인 더 나이트 키친(In the Night Kitchen)』 역시 나체의 엉덩이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 따르면, 센닥의 이 책은 여러 주에서 금서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앨라배마 도서관협회(Alabama Library Association) 전 회장 매튜 레인(Matthew Layne)은 “앨라배마 공공도서관의 청소년 및 아동 자료실에 있는 방대한 컬렉션들이 APLS 집행위원회(APLS Executive Board)가 제시한 모호한 ‘성적으로 노골적인’ 정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책들은 모두 도서관의 성인 자료 구역으로 옮겨져야 하며,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철저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자료들 사이에서 책을 찾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레인(Layne)은 “이처럼 모호한 정의를 시행하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이사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안타깝고 낙담스러운 일”이라며, “APLS 집행위원회는 앨라배마의 훌륭한 공공도서관을 공공의 이익이나 모든 이용자의 권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견으로 물들이는 데 더 관심이 있음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가 열린 목요일에 이사회 의장이자 공화당(GOP) 주의장이기도 한 존 왈(John Wahl)은 “만약 도서관들이 예산 삭감에 대해 걱정한다면,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결정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그렇게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 법률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것만이 예산 삭감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도서관 관장들에게 강력히 권한다. 주 법률을 확인하고, 그에 따르라. 그러면 걱정할 일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APLS 이사회는 현재 트랜스젠더 등장인물이 포함된 모든 책을 성인 자료 구역으로 옮기도록 사서들에게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출처 : www.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