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디자인으로 매혹적인, 아시아의 아름다운 도서관 7곳
거울처럼 반짝이는 서가, 숲으로 둘러싸인 독서실, 파도처럼 물결치는 아치가 펼쳐진 대공간 등, ‘직접 가보고 싶은 도서관 건축물’을 엄선했다.
지식을 만나는 장소에는 아름다움과 창의성이 빠질 수 없다. 최근 아시아의 도서관들은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중국의 대담한 조형미,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의 대만 디자인, 고요함과 나무의 따스함이 감싸는 일본의 공간. 건축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7곳의 도서관을 함께 둘러보며 지적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1
톈진 중슈거(Tianjin Zhongshuge) / 중국 톈진 (2025년)
톈진의 이탈리아 거리(イタリア街)에 위치한 ‘톈진 중슈거(天津鐘書閣, Tianjin Zhongshuge)’는 고전과 혁신을 융합한 서점 겸 도서관이다.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이야기성이 있는 공간 연출로 정평이 난 중국 건축가 리샹(李想, Li Xiang)이 이끄는 설계사무소 X+LIVING이 설계를 맡았다. 붉은 벽돌과 강철을 사용한 이 건축물은 고대 로마 건축의 맥락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주변의 역사적인 거리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문화와 상업, 공공성과 사적인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하고 있다.
핵심은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도록 약 40만 개의 특수 제작 벽돌을 사용한 적층 구조에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벽돌로 만든 선반과 계단이 입체적으로 겹겹이 쌓여 있으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야가 달라지고, 책을 찾는 행위 자체가 건축과 연결된 하나의 체험으로 확장된다.
3개 층을 관통하는 푸른 강철 플레이트와 아치형 입구 등, 건물 내부에는 바다와 항구 도시 톈진의 이미지도 함께 담겨 있다. 이곳은 읽고, 걷고, 바라보는 행위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책과 마주하는 시간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참고 : [중국] 톈진 중서 도서관 (Tianjin Zhongshuge Library)]
2
베이징 시립도서관(北京都市図書館, Beijing City Library) / 중국 베이징 (2023년)
베이징시 부도심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탄생한 이 대형 도서관은 스노헤타(Snøhetta)가 설계를 맡았다. 연면적 7만 5,000㎡ 규모에 장서 수는 800만 권에 달한다. 그 하나하나에 직접 다가갈 수 있도록 공간은 개방적으로 구성되었으며, 누구에게나 편안한 장소가 되도록 설계되었다. 도심 한가운데에 떠 있는 조용한 ‘언덕’처럼, 이곳에서는 배움도 대화도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상적인 행위의 일부가 된다.
이 건축의 특징은 천장 전체에 펼쳐진 은행잎 모양에 있다. 중국 고유의 수종에서 형태를 추출해 얇은 패널로 만들어 하늘에 띄워놓은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것은 풍경 속에 녹아드는 듯한 가느다란 기둥들이다. 그 사이로 자연광이 스며들며, 실내 공간에 일렁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캐노피 아래에는 독서를 위한 ‘고요한 숲’이 펼쳐지며, 지식과 자연의 연결이 공간 안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관내에는 지식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여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예술과 문화에 특화된 전문 열람실,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 광장,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체험 존 등이 세대와 관심사를 넘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건물 전체는 중국 최고 등급의 환경 성능 평가인 ‘GBEL 삼성(三ツ星)’ 인증을 획득했으며, 자연광 유입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제시하는 선진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참고 ; [중국]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독서 공간을 갖춘 베이징 시립 도서관]
3
지평선 도서관(地平線図書館, Horizon Library) / 중국 허페이(合肥) (2023년)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의 다이쉬촌(大圩村, 다이쿄손)의 초원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한 ‘지평선 도서관(地平線図書館, Horizon Library)’은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도시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토스케이프스(Protoscapes)가 설계한 것이다.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된 이 도서관은 과거 농가 터를 재활용해, 자연과 건축, 그리고 문화를 잇는 새로운 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건물은 지형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으며, 땅에 뿌리내린 듯한 돌로 된 기단부와 그 위에 가볍게 떠 있는 유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층에는 카페와 로비, 그리고 건축 전체를 지탱하는 주요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초원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그 깊이를 느끼며 상층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독서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독서 공간은 기능을 중앙에 모아 주변에 여유를 만들어내고, 삼면으로 돌출된 디자인을 통해 초원과의 일체감을 높이는 동시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로 정성스럽게 다듬어져 있다.
이 도서관 내부를 상징하는 요소는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처럼 서 있는 오크목 책장이다. 책장은 마치 나무의 줄기를 둘러싸듯 중앙에 배치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듯 독서 공간이 사방으로 확장된다. 조명과 공조 설비는 책장 내부에 정교하게 통합되어 있어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의 일체감을 해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여행 중 잠시 들르는 방문객에게도, 지역 주민에게도 이 도서관은 풍경과 배움을 오가는 중간 지점 같은 존재다.
[참고 : [중국] 호라이즌 도서관 / The Horizon Library]
4
지식의 숲(The Forest of Knowledge – CCI Library, 知の森) / 인도 뭄바이 (2023년)

뭄바이 중심부, 유서 깊은 인도 크리켓 클럽(CCI, クリケットクラブ・オブ・インディア) 부지 내에 새롭게 조성된 이 도서관은 코로나19 이후 도서관의 존재 방식을 다시 묻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스튜디오 힌지(Studio Hinge)가 설계한 이 공간은 지식을 축적하는 장소이자,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는 ‘배움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이름에 담긴 ‘숲(森)’은 단순히 자연을 모방한 장식이 아니라,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는 듯한, 책과 사람이 친밀하게 만나는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
외관은 파사드 전체가 책장으로 기능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전달한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목재 프레임의 유리문은 회전식으로 되어 있어, 열어두면 야외 정원과 실내가 하나로 이어지며, 바람이 통하는 길과 함께 독서 공간이 확장된다. 도심 가로수로 줄지어 선 굴모하르(Gulmohar)와 피커스(Ficus) 나무의 수관에서 영감을 얻은 이 구조는 건축과 주변의 녹지를 부드럽게 연결하며,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내부에는 천장을 통해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채광관을 활용한 어린이용 중2층 독서 공간과 영상 감상이 가능한 AV룸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체 디자인에는 클럽하우스의 건축 양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모서리에 곡선을 더한 마감 처리와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아치형 창문이 적용되어 있어, 고요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으로서의 실용성도 높아 세대를 초월한 ‘지식을 키우는 장소’로서, 현대에 걸맞은 도서관의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
[참고: [인도] 나무처럼 생긴 나무 기둥 아래에 만들어진 도서관 공간]
5
타오위안 시립도서관 신관(桃園市立図書館新總館) / 대만 타오위안 (2022년)

타오위안시 예술문화광장(藝文広場)에 새롭게 들어선 이 도서관은 공원의 녹지와 도시의 기운을 부드럽게 이어주며, 영화관과 레스토랑과도 연계된 복합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이다.
일본의 아즈사설계(梓設計)와 대만의 궈쯔창 건축사사무소(郭自強建築師事務所)가 설계를 맡은 이 건축물은, 저층으로 개방된 형태로 남북 방향의 도시 경관과 마주하듯 배치되어 있으며, 유리 파사드에 비치는 목재 패턴은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생명의 나무(生命樹)’라는 콘셉트 아래, 옥상까지 이어지는 ‘그린 스파이럴(Green Spiral, 緑のスロープ)’이 공원 산책의 연장선으로서 건축과 자연을 부드럽게 연결하고 있다.
내부는 하나의 건축물이면서도 마치 도시처럼 다양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발을 들이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노리지 스파이럴(Knowledge Spiral)’이라 불리는 나선형의 주요 수직 동선이다. 이곳은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다양한 전시와 독서 공간이 곳곳에 배치되어 방문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과 만날 수 있는 중심적인 공간이다. 그 안쪽에는 빛과 바람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 ‘에코 튜브(Eco Tube)’가 건물의 심장처럼 자리 잡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은 부드럽게 확산되며, 목재 무늬의 유리와 책장의 그림자가 바닥에 흔들려 시간의 흐름까지 조용히 느끼게 한다.
세대도 위치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조용하면서도 자유로운 제3의 장소로서 시민들의 삶에 밀착하며 날마다 진화해 나가고 있다.
6
이시카와현립도서관(石川県立図書館) / 일본 이시카와현 (2022년)
가나자와(金沢)에 새롭게 문을 연 ‘이시카와현립도서관(石川県立図書館)’은, 유서 깊은 도서관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미래를 향해 열린 ‘지식의 전당’으로 재구성되었다. 설계는 센다 미츠루(仙田満) + 환경디자인연구소가 맡았다. 외관은 부드럽게 펼쳐지는 형태를 이루며, 공원 같은 광장과 건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구 도서관이 안고 있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고, 현 내 각지에서 접근하기 쉬운 새로운 거점으로서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관내로 한 걸음 들어서면 시야에 펼쳐지는 것은 360도로 원형 서가가 둘러싼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다. 계단 위로 책장이 줄지어 놓여 있으며, 책의 세계가 마치 하나의 풍경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각자의 관심과 리듬에 따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열람 좌석과 구역은 다양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 만남과 발견을 위한 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고요함과 생동감이 부드럽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관내를 걷다 보면 책과 사람, 지식과 감성이 다양한 형태로 교차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원형 서가에 둘러싸인 그레이트 홀을 출발점으로, 이시카와의 풍토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전시, 조용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좌석, 창작과 대화가 싹트는 체험 공간까지, 방문객의 관심사나 머무는 방식에 따라 작지만 의미 있는 깨달음과 발상이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또한, 책의 우주를 비추는 디지털 아트 ‘북리움(ブックリウム)’과 현지에서 인기 있는 카페 ‘HUM\&Go’도 이 도서관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참고: [일본] 화제의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 소개]
7
마이크로라이브러리(Microlibrary – Warak Kayu, ミクロライブラリー) / 인도네시아 스마랑 (2020년)
인도네시아 스마랑의 주택가에 자리한 ‘와라크 카유(Warak Kayu)’는 건축사무소 샤우(SHAU)가 설계한 목조의 작은 도서관이다. 열대의 강한 햇볕과 비에 대응하듯 고상식(高床式) 구조로 들어 올려져 건물 아래로 바람이 통하게 설계되었으며, 전통 주거 형식인 루마 팡궁(Rumah Panggung)을 참고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되었다.
격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햇빛 가리개의 무늬는 바라보는 각도와 시간대에 따라 표정을 바꾸며, 이름의 유래가 된 지역 신화 ‘와라크(Warak)’에 등장하는 용의 비늘을 연상시킨다. 현지산 FSC 인증 목재를 사용하고, 지역 업체에 의한 프리패브 방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환경과 지역사회 모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의 향기와 부드러운 빛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개방감 있는 독서실과 이벤트 공간에는 목재 구조가 그대로 천장과 벽에 드러나 있으며, 재료 고유의 솔직한 아름다움이 공간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다. 이곳은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면모도 지니고 있으며, 독서회나 워크숍 같은 활동이 일상적으로 열리고 있다.
건물 안에는 독서를 위한 벤치나 열람석뿐 아니라, 극장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계단형 좌석,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물 공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네 등 다양한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조용히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움직이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건축이 조용히 감싸 안는 듯하다.
[참고 :[인도네시아] 조립식 목재로 만든 ‘마이크로라이브러리’]
출처 : elle.com/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