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지되거나 검열된 문헌을 전문으로 다루는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도서관인 스웨덴 왕립도서관( Kungliga biblioteket )이 관련 방안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교육부 장관 시모나 모함손( Simona Mohamsson )은 “기자와 작가가 수감 위험에 놓이고 검열을 당하는 시대에, 이런 방식으로 책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립도서관은 해외에서 현재 금지됐거나 과거에 금서였던 책들을 모아 보존하는 국가 차원의 도서관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검토한다. 이 도서관은 주로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조사 결과는 5월 8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자유당( Liberalerna )은 올해 예테보리 도서전( Göteborg Book Fair )에서 이 구상을 처음 제안했다. 이후 교육부 장관 시모나 모함손은 왕립도서관을 찾아 공식적으로 조사 과제를 설명했다. 모함손은 새로운 도서관을 구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왕립도서관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지되고 검열된 문헌을 어떻게 제공하고 보존할지 폭넓게 검토하는 과제라고 본다. 스웨덴 내부의 사례일 수도 있고 국제적 사례일 수도 있다. 과거의 역사일 수도 있고 현재의 일일 수도 있다. 이미 존재하는 역사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든, 역사를 미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함손의 방문을 계기로 왕립도서관은 금서 도서관에 어떤 책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소장 자료 가운데 한 점을 공개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strid Lindgren )의 『사자심왕 형제』( Bröderna Lejonhjärta ) 초판본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에 세 권만 남아 있는 희귀본이다. 이 책은 보호용 쿠션 위에 올려져 테이블 위에 놓였다.
악한 지배자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이 스웨덴 아동문학 작가의 소설은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Tjeckoslovakien )에서 출간될 수 없었다. 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리자, 번역가 야르카 브르보바( Jarka Vrbova )는 직접 ‘사미즈다트’( samizdat ) 판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사미즈다트는 소련 시기 동유럽에서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던 소량 자비 출판물을 뜻하는 말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자료를 담당하는 문학 연구자 안드레아스 헤드베리( Andreas Hedberg )는 책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저는 번역가 야르카 브르보바와 연락을 주고받아 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반드시 닿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타자기로 직접 판본을 만들었습니다.”


각 장 사이에 카본지를 끼워 한 번에 열 권씩 복사할 수 있었고, 모두 30권을 만들었다. 일론 비클란드( Ilon Wikland )의 삽화도 함께 복제됐다. 지금 눈앞에 놓인 이 책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본인에게 보내진 것이다.
안드레아스 헤드베리는 “이 일은 매우 위험했다. 몇 년형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모나 모함손은 스웨덴이 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지켜온 길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 전통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와 작가들이 엄청난 압박을 견뎌야 하고, 수감 위험과 검열, 때로는 자기검열까지 겪는 시대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스웨덴은 자연스러운 중심지이며, 왕립도서관 역시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뫼( Malmö )에는 이미 금서 전문 도서관인 다윗 이삭 도서관( Dawit Isaak-biblioteket )이 있다.
이곳을 국가 도서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함손은 이렇게 답했다.
“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큰 싸움을 해온 작가와 기자들을 조명하려는 모든 시도를 환영한다. 저는 이것을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본다. 국가도서관이 이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야 하지만, 왕립도서관이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도서관이 스톡홀름( Stockholm )에 실제로 자리해야 하는지, 아니면 왕립도서관에 소속되는 형태면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다.
“왕립도서관이 과제 수행 과정에서 어디가 가장 적절한지 검토하길 바란다.”
출처 : www.d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