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져라(Be bold)!”는 레슬리 위어(Leslie Weir)의 슬로건이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과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각각 스웨덴과 노르웨이 도서관협회를 대표해, 이플라(IFLA)의 새 의장의 원칙이 이미 올해 세계총회에서 적용됐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롤업 배너는 말아 올려졌고, 프로젝터는 꺼졌으며 마지막 말고기 스테이크까지 다 먹혔다. 카자흐스탄 호텔 직원들이 다음 행사를 위해 내부를 다시 꾸미는 동안, 우리는 도서관 세계총회 WLIC 2025에 처음 참가한 두 사람을 만나 총회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스웨덴 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과 노르웨이 협회 회장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압도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역량, 정치적 맥락, 문화적 맥락이 한데 뒤섞인 커다란 끓는 가마솥”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플라(IFLA)의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누그러뜨리고 싶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선가 시작해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것이며,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에른하겐은 “모든 지역이 돌아가며 참여할 수 있도록 세계 여러 지역에서 행사를 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총회가 열리는 동안 자국에서 이어진 논쟁에도 연결 지었다.
스웨덴 라디오 문화뉴스(Kulturnytt i Sveriges Radio)는 도서관 전문지 *Biblioteksbladet*의 편집장 토르드 에릭손(Thord Erikson)을 인터뷰했다. 그는 WLIC 2025 개최지를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큰 결함이 있는 카자흐스탄으로 정한 이플라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맞서는 입장은 린셰핑 발라도서관(Vallabiblioteket) 관장이자 새롭게 이플라 이사회에 선출된 안야 펠트로이터(Anya Feltreuter)가 내놨다. 그녀는 지금 에른하겐이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를 펼쳤다.
“나는 이란에서 온 한 참가자를 만났는데, 올해 회의가 중앙아시아에서 열려서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 참가자는 미국에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 중심의 시각이 조금 흔들린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은 이렇게 말하며 개최국 카자흐스탄에서만 452명이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조직이라면 모든 회원에게 지식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제적 관점은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와 저작권 같은 의제에도 드러난다. 디지털화로 인해 이 주제들이 곧바로 세계적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에른하겐은 “우리는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이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한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인재들을 잡아내는 것이다. 노트에만 적어두는 것이 아니라, 귀국 후 협력이나 추가적인 접촉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대한 희소식도 있었다.
“우리는 북유럽의 도서관이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해왔다.”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서 전 세계 사서들과 만나고 다양한 발표를 들은 뒤 그의 시각은 달라졌다.
“이제 우리는 같은 경기장에서 뛰고 있으며, 아주 많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서관에 대해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정이나 도서관의 임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이를 ‘애드보커시(advocacy)’라고 부른다. 흔히 정치적 영향력 행사나 로비 활동으로 번역되며,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이플라(IFLA) 지도부는 전 세계 사서들이 도서관의 “변화의 힘과 기능”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은 카자흐스탄 주재 유엔 대표가 20분간 연설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연설은 EU의 2030 아젠다를 도서관의 교육과 독서 역할과 연결지으며, 도서관과 문화가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바로 이플라와 도서관계가 유엔 수준에서 애드보커시에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우리는 도서관이 무엇을 기여하는지 계속 알려야 한다.” 에른하겐은 이렇게 강조했다.
꽤 건강하지만 동시에 매우 서구적이다.
이플라(IFLA)의 현 상태는 어떨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은 이렇게 말했다.
에른하겐과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각각 비키 맥도널드(Vicki McDonald)와 셰런 메미스(Sharon Memis)가 이플라 지도부를 맡은 뒤 현재 직책에 올랐다.
“그들이 투명성을 높이고 재정과 그 밖의 모든 부분을 정비하는 데 진지하고 철저하게 노력했다고 본다. 물론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새 지도부와 함께 그 흐름이 이어지길 바란다.” 에른하겐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과정에 조직과 회원들을 모두 끌어들인 것 같다.” 볼드너가 덧붙였다.
이플라는 매우 서구 중심적 성격을 띤다. 본부는 네덜란드에 있으며, 전 의장 비키 맥도널드는 호주 출신, 셰런 메미스는 영국인, 새 의장 레슬리 위어(Leslie Weir)는 캐나다인이고, 2년 뒤 의장직에 오를 이는 뉴질랜드 출신이다.
이에 대한 생각과 조직 내 균형에 대한 질문에, 원조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에른하겐은 익숙한 문제라고 답했다.
“권력의 균형을 바꿔야 한다(shift the power). 전통처럼 이어져 왔지만, 스스로를 외부의 시선으로 보고 ‘이건 고쳐야 한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내 인상으로는 실제로 그렇게 하려는 것 같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내가 이플라 활동에 더 깊이 들어가면서 직접 경험하고 확인해야 할 문제다.”
“이 점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볼드너는 이렇게 지적했다. “다만 2년 뒤 의장이 될 테 파에아 파링가타이(Te Paea Paringatai)는 뉴질랜드 출신 마오리족으로, 소수자 출신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플라의 역사는 그 자체로 서구 중심적이다. 서구 국가들이 조직을 창설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위원회가 따로 없다. 이사회는 개별 회원을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전체 균형을 고려해 구성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로 서구 국가들이 자국 후보를 추천하고 표를 몰아주면서 자기강화적 구조가 된다. 새 의장의 슬로건이 ‘대담해져라(Be bold)’인데, 바로 이런 사안에서 대담할 수 있었어야 한다.”
에른하겐은 테 파에아 파링가타이가 소수자 출신 최초의 이플라 의장이 되더라도, 이 문제를 홀로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어깨에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이 변화는 이플라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는 에른하겐 자신과 헬레네 볼드너도 포함된다.
“나는 유럽 지부에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갑자기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 많은 일이 있을 수 있고, 아주 진지한 자리이기에 더 깊이 들어가 도전과 기회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기대된다.” 에른하겐은 이렇게 말했다.
노르웨이 도서관협회 회장으로서 헬레네 볼드너는 도서관협회 운영관리 섹션(Management of Library Associations)에서 활동한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다른 회원들을 직접 만나 공식·비공식적으로 대화한 덕분에 앞으로의 활동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기의 반대편
레슬리 위어(Leslie Weir)의 슬로건 “대담해져라(Be bold)”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나는 그것이 어렵거나 불편하거나, 혹은 용기가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하길 바란다.”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이렇게 말하며, 민주주의가 큰 도전에 직면한 나라에서 올해 총회가 열린 사실을 지적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용기의 반대라는 점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수준에서 유엔의 순위가 매우 낮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이며,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고 비판받는 나라에 와 있다. 여기서 얻는 장점은 많고, 이전에 와보지 못한 지역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정말 대담해지고 싶다면, 최소한 이 문제를 언급하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당국을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잘 말했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이 맞장구쳤다. “개막식에서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언론자유지수’를 파워포인트로 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를 언급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나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세션에 참석했다. 발표에서는 도서관을 통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이어진 워크숍에서는 일부가 자리를 떠났다. 내 생각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하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는지 들을 수 있었다. 아마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약간의 용기를 주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전 세계 공동체가 함께한다’는 감각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이나마 입장을 전진시키고, 동시에 시민사회를 강화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의장이나 사무총장이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짚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한 번이라도 이것이 특별히 중요한 의제라고 밝혔으면 했다.”
이 분야의 개념들에 대해 공통된 이해가 있다고 느끼는가?
“아주 다양하다고 본다.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워크숍을 열었더라면 흥미로웠을 것이다.” 에른하겐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들에 대해 여러 차례 모임이 있었지만, 먼저 개념을 정립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그 과정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개념 자체가 훌륭한 논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볼드너가 덧붙였다.
실비아 에른하겐도 동의했다.
“민주주의 문제는 지금 지리정치적으로나 도서관의 일상 업무, 그리고 공적 담론에서 매우 큰 주제다. 그래서 이 개념을 조금 더 다뤄보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출신인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중국에서 온 사람이 이해하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배움은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헬레네 볼드너가 말했다.
“정말 그렇다.” 에른하겐이 응답했다.
정치는 하지만, 정치가 아닌 듯
이플라(IFLA)는 종종 도서관계의 유엔(UN)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에는 꽤 조심스러운 조직이다. 이런 외교적 풍경 속에서 이플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조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플라의 본래 목적은 세계정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시작한다면, 도서관 문제에서 초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결국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잃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플라는 가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전히 그 나라들에 머물면서 일정한 중립성의 원칙을 지키되, 총회에서 이런 주제를 제대로 제기하고 다룰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또 이런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좀 더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플라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해,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이플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꽤 분명히 알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조직 전체가 ‘우리는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다’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된 접근이 필요하다.”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도서관은 결코 비정치적이지 않다. 정보 접근을 보장하는 것은 그 본질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다. 중립이라는 것도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도서관과 도서관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비정치적이라는 것과 합의 기반이라는 것은 다르다. 이플라는 합의 기반 조직이며, 그것은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치가 아니라고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인권을 활용하라
헬레네 볼드너(Helene Voldner)는 도서관을 지식기관으로 바라보는 이플라(IFLA)의 기본 비전과 정보 접근권 및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데 이미 정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 안에는 분명히 어떤 입장과 태도가 들어 있다. 그래서 세계총회를 절대 열 수 없는 나라들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카자흐스탄에 와서 ‘정말 멋지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을 기본 가치, 기본적인 인권으로 언급하면 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따뜻하다’고 덧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전혀 날카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실비아 에른하겐(Silvia Ernhagen)은 여기에 구분점을 보탰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정치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정당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문제를 말할 때 인권을 플랫폼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인권을 활용하고, 그것을 믿어야 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기본이다. 많은 나라에서, 때로는 스웨덴에서도,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급진적이거나 좌파 성향이라고 낙인찍힌다. 그래서 우리는 인권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회를 세우는 토대다. 우리는 인권을 믿는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러면 따라오는 것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그에 따른다. 그것은 논의가 힘들어지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거나, 자기 주장을 위해 싸워야 할 때 인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대담해져라(Be b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