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에 움베르토 에코 도서관 개관, 개인 서재가 공공 문화유산이 되다

볼로냐에 움베르토 에코 도서관이 문을 열다

볼로냐(Bologna) 대학교에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움베르토 에코 도서관(Umberto-Eco-Bibliothek)이 문을 열었다. 이 도서관에는 생전 밀라노(Mailand)의 자택에서 지식인이자 기호학자인 에코의 곁을 지켰던 3만 2,000권 이상의 개인 연구 도서가 보존된다. 에코는 수십 년 동안 볼로냐 대학교에서 가르쳤다. 그의 책들을 위해 대학 단지에 속한 역사적 건물 팔라초 포지(Palazzo Poggi)의 한쪽 동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600미터 길이에 이르는 장서의 배열은 열정적인 애서가였던 에코가 밀라노에서 해두었던 배열과 같다. 이는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가 이론화한 ‘좋은 이웃의 규칙’에 따른 것이다. 『피노키오(Pinocchio)』는 조수에 카르두치(Giosuè Carducci)의 작품 옆에 놓여 있고, 1965년 에코가 창간에 참여했던 잡지 『리누스(Linus)』 판본들이 꽂힌 서가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서가 옆에 있으며, 중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문학은 몬다도리(Mondadori)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가까이에 놓여 있다.

눈높이에는 에코가 특히 마음에 두었던 작가들이 자리한다. 조이스, 네르발(Nerval), 보르헤스(Borges),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von Aquin), 윌리엄 오컴(Wilhelm von Ockham) 등이 그들이다. 오컬티즘, 카발라, 음모론에 관한 저작들이 모인 방도 있다. 몇몇 책에는 에코가 연필이나 볼펜으로 남긴 주석, 밑줄, 짧은 메모가 들어 있다.

각 책에는 에코가 16세기 조반니 바티스타 나자리(Giovanni Battista Nazari)의 논고 『Della tramutatone metallica』에서 가져온 고유한 장서표가 붙어 있다. 그것은 피리를 부는 당나귀 그림이다.

움베르토 에코 도서관 개관식에는 고인의 아내 레나테 람게(Renate Ramge)와 두 자녀도 참석했다. 이로써 본래 한 학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해 마련되었던 장서는 학문과 대중에게 열려 있는 공동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출처]: www.faz.net


[기사 요약]

볼로냐 대학교에 움베르토 에코 도서관이 개관했다. 에코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그의 밀라노 자택에 있던 3만 2,000권 이상의 개인 연구 장서를 바탕으로 조성되었다. 에코는 오랫동안 볼로냐 대학교에서 가르쳤으며, 대학은 역사적 건물인 팔라초 포지의 한쪽 동에 그의 책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 배열은 단순한 분류 체계가 아니라 에코가 생전에 밀라노에서 구성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특히 아비 바르부르크가 말한 ‘좋은 이웃의 규칙’에 따라 서로 다른 분야와 시대, 장르의 책들이 가까이 놓인다. 『피노키오』와 카르두치, 『리누스』와 조이스, 중세 문학과 추리소설 및 과학소설이 이웃한다. 에코가 아꼈던 조이스, 네르발, 보르헤스, 토마스 아퀴나스, 윌리엄 오컴 등의 저작은 눈높이에 배치되었고, 오컬티즘과 카발라, 음모론 관련 도서도 별도 공간에 모였다. 일부 책에는 에코가 남긴 주석과 밑줄, 메모가 남아 있어 그의 독서와 사유의 흔적을 보여준다. 각 책에는 피리를 부는 당나귀가 그려진 장서표가 붙어 있다. 이번 개관은 한 학자의 사적 연구 도서관이 학문과 시민을 위한 공공 문화유산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사점]

이 기사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식의 관계를 보여주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에코의 장서가 중요한 이유는 책의 양이 많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책들이 어떤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어떤 책들이 서로 이웃했으며, 에코가 어떤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겼는지가 모두 하나의 지적 기록을 이룬다.

또한 이 사례는 개인의 지적 유산을 공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개인 서재는 한 사람의 취향과 연구, 습관이 축적된 사적 공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시대의 지식 문화와 학문적 풍경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볼로냐 대학교가 에코의 장서를 보존하면서 배열 방식까지 옮긴 것은 책의 물리적 존재뿐 아니라 사유의 맥락까지 보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는 오늘날 도서관 공간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디지털 검색이 빠른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하지만, 서가를 거닐며 뜻밖의 책을 만나는 경험은 여전히 물리적 도서관만이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다. 에코의 도서관은 지식이 효율적으로 분류될 때뿐 아니라 낯선 이웃을 만날 때도 새롭게 생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