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서관 대출카드가 예술이 되다… 캔자스시티 예술가 하이디 피트르의 ‘Permanent Record’ 전시

몇십 년 전만 해도 도서관 책을 대출하려면 줄이 그어진 가로 7.6×세로 12.7센티미터 카드에 이름을 적고, 사서가 그 카드에 반납일 도장을 찍었다. 책을 반납하면 그 카드는 뒤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주머니에 다시 넣어졌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어디에나 퍼지면서 이런 카드는 쓸모를 잃었다.

“대체로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에게는 이게 정말 낯선 물건이에요.” 10년째 이런 오래된 대출 카드를 작품으로 만들어 온 캔자스시티(Kansas City) 예술가 하이디 피트르(Heidi Pitre)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죠.”

책과 작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피트르의 펜화 66점은 현재 캔자스시티 공공도서관(Kansas City Public Library) 다운타운 지점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새 전시 “퍼머넌트 레코드(Permanent Record)”에 걸려 있다.

Heidi Pitre's illustration for "The Art of Badminton," by George Thomas.
조지 토머스(George Thomas)의 『배드민턴의 예술(The Art of Badminton)』을 위한 하이디 피트르의 일러스트.

 

피트르의 대출 카드 연작은 2015년 텍사스(Texas)주 나버소타(Navasota)에서 진행한 예술 레지던시에서 시작됐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도서관을 찾았다.

“목록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앞쪽에는 새 컴퓨터 시스템이 있었지만 책 뒤쪽에는 아직 카드가 그대로 있었어요.” 뉴올리언스(New Orleans) 출신으로 2022년 캔자스시티로 이주한 피트르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래서 사서에게 가서 물었죠. 정말 친절한 분이었어요. ‘이 카드들 제가 가져도 될까요?’라고요.”

도서관의 허락을 받은 뒤 그는 고전 작품들과 자신에게 특별히 와닿았던 책들에 들어 있던 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카드들에는 대개 타자기로 찍은 작가 이름과 책 제목이 적혀 있었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름은 정성스럽게 흘림체로 서명돼 있었다.

그는 한동안 이 카드들 위에 낙서를 하거나 스케치를 해볼까 고민하며 몇 주 동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책 속의 무언가를 그림으로 옮기는 거였어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상징일 수도 있고, 작가일 수도 있고, 제목을 가지고 하는 말장난 같은 것일 수도 있었죠.”

피트르가 처음 그린 카드는 『더 호텔 뉴햄프셔(The Hotel New Hampshire)』였다. 그는 오토바이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곰을 그렸다. 그 뒤로 지금까지 그는 이런 오래된 카드 위에 약 160점의 그림을 그려 왔고, 전국의 갤러리와 도서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카드를 계속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새 카드를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배드민턴의 예술』 카드에는 1930년대에 인기가 많았던 이 책을 위해 아주 캔자스시티다운 요소가 들어가 있다. 오른쪽 아래에 넬슨-앳킨스 미술관(Nelson-Atkins Museum of Art) 잔디밭에 있는 것과 같은 거대한 셔틀콕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또 잭 런던(Jack London)의 1904년 소설 『바다의 늑대(The Sea Wolf)』 카드도 있다. 이 책은 2005년에 마지막으로 대출됐고, 지금 그 카드에는 잔잔한 푸른 바다 위를 가는 물개 사냥용 범선이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또 의미 있게 느낄 수 있는 책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피트르는 이렇게 말한다. “책은 우리가 마음 가까이 두고 사는 존재잖아요, 그렇죠?”

Heidi Pitre's library card art for Jack London's 1904 novel, "The Sea Wolf," at left, and for William Faulkner's 1929 novel, "The Sound and the Fury."
왼쪽은 잭 런던의 1904년 소설 『바다의 늑대』를 위한 카드 작품이고, 오른쪽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1929년 소설 『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를 위한 카드 작품이다.

 

피트르는 원래 가로 1.8×세로 1.8미터 크기의 회화와 벽화를 그리며 예술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카드들은 그가 지금까지 다뤄 본 것 가운데 가장 작은 형식의 작업이다.

그리고 그는 크기뿐 아니라 다시 구하기 어려운 재료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있어요. 한 번뿐이고 다시는 없죠.” 그는 이렇게 말한다. “10년 동안 망친 건 딱 두 장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아주 조심해야 해요.”

오랫동안 이 작업을 이어 온 덕분에 피트르의 관객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도서관이 이런 카드들을 파쇄하거나 버리면서 정작 카드 자체는 점점 바닥나고 있다.

“어디 가서 『1984』 카드 한 장을 또 구해 와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시 시작이라는 건 없어요.”

“퍼머넌트 레코드(A Permanent Record)”는 2월 14일 토요일부터 4월 19일 일요일까지 미주리(Missouri)주 캔자스시티 10번가 서쪽 14번지, 우편번호 64105에 있는 캔자스시티 공공도서관 중앙도서관 마운틴 갤러리(Mountain Gallery)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KCLibrary.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www.kcur.org